나의 6개월은 절망의 계곡 속으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떨어짐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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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인지
    비전공자로써 스스로의 개발 역량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프린트 일정 안에 모든 일을 해내고 싶었다. 내가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이렇게만 하면 실력은 저절로 늘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 번아웃
    그리고 보기 좋게 번아웃이 왔다. 몸이 너무 지쳐서 주말에는 침대에서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은 할 수 있었지만 열심히 하지는 못했고, 더 할 수 있는 일도 나서서 하지 않았다.

개선 과제

  • 정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대표에게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표는 번아웃이 오면 회고를 한다고 했다. 다시 되돌아보고 지금 내 상태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기 위해서.
    이런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나를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번아웃은 절대로 겪으면 안 되는 현상이라고. 번아웃이 온 나를 받아들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되돌아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번아웃을 겪었던 시간 동안을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잠시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의 나의 행동을 꼼꼼히 분석해 보려고 한다. 지금으로써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미숙하다는 이유로 조절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지만 단순 그것 하나만이 원인이 되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 소통
    개발자가 되기 전에는 소통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개발을 배우면서도 팀원들에게 꾸준히 챙기도록 한 것이 소통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소통의 시간을 챙긴 것은 내가 맞지만 소통을 잘 해준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같이 프로젝트했던 팀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이’ 착하고, 솔직하고, 순진(?)해서 소통을 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가 아니라.
    3개월 전, 개발팀의 리더가 왔고 함께 일하는 새로운 주니어 개발자도 생겼다. 그전까지 내가 제대로 된 협업을 한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소통을 많이 해야 했고, 생각보다 소통을 챙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일도 겪었다. 내가 공유해 주지 못해서 상대방의 대처가 늦었다거나, 상대방을 도와주려고 소통을 시도했다가 조금 심하게 데인 적이 있다거나, 서로의 아이디어가 달라서 일주일을 헤맸다거나 하는 일들.. ㅎㅎ 지금은 돌아보면서 웃지만 웃지 못하는 시간도 조금은 있었다. 협업이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소통을 잘하는 것이 팀마다 항상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부끄럽다는 이유로 숨기지 말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악의 없이 말해줄 수 있도록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나부터가 조금 더 소통하기 쉬운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 절망의 계곡
    내가 빠진 절망의 계곡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해야 할 노력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방대해서 단기간에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꾸준히 뭔가를 하려고 노력해 보려고는 한다..
    + 이 시기를 빠져나간다고 한들, 내가 다시 기어오른 곳이 우매함의 봉우리가 될 것 같다. 그러고는 다시 절망으로… (나란새끼..)

유지

  • 관계
    10% 자의적 & 90% 타의적으로 네트워킹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개발 외에 맡은 일과, 쳐야 할 코드의 양과,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타인과의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였었다. 실제로 나는 타인을 경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야 하는 것이 쓸데없다고까지 생각했다. 마치 사회로부터 숨듯이 했던 것 같다.
    최근에 어떠한 기회로 인해서 개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고, 에버랜드(?)에도 다녀왔다. 개발에 앞서서 리프레시를 먼저 하자는 의미로 여럿이서 에버랜드로 간 것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작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것들이 사람들과 넓은 공원을 걷고 대화하면서(난 놀이 기구를 타지 않았다) 많이 해소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로 꾸준히 네트워킹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전혀 네트워킹형 인간은 아니지만, 조금씩 애써가면서 개척해둔 관계를 잘 유지해 보려고 한다.
  • 피드백
    개발팀 리더와 월에 한 번 원오원을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다. 리더는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너그럽고 나의 어리광을 잘 받아 주고 있어서 피드백 보다는 징징타임이지만, 징징거리면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다시금 잡아주기도 하고 개선점을 제시해주시기도 한다. 그래서 꾸준히 월에 한번씩 피드백을 받으려고 바쁜 리더에게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을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