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회고를 한다. 작년 말에 한 해 회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여러 일들이 일어나서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었다. 상반기 회고에 작년 4Q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섞여서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이번에도 두서없는 회고가 될 것 같다..

이슈

  • 퇴사
    2023년 1월이 되자마자 퇴사를 했다. 내 의지라기보다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내가 속해있던 팀이 사라졌다. 함께 합을 맞췄던 동료와 리더도 모두 같이 나왔다.(유지보수를 위해 한명은 남았다.) 속상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회사에 입사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주변에서 ‘1년만 하고 이직하는 게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다분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와 똑같이 생각하고 입사를 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까 ‘1년만 다니는 게 왜 이득이라고 했던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최소 2년은 첫 직장에서 경력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이어 나갈지 생각해 보고 싶어졌었다.
    그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퇴사하고 쉬어보니까 내가 얼마나 지쳐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나를 돌아보고 건강에도 신경 쓰고 잠도 푹 자보니, 1년 동안 어떻게든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너무 꽉 차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푹 쉰 것 같다. 쉬는 동안 코드는 한 줄도 치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ㅎ 이래도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쉴 수 있을때 쉬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3개월만 쉬고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취업이 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 입사
    퇴사를 하고 많아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서 벌려둔 일이 좀 있었다. 운동을 다시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독서 모임도 들었으며,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소소하게 스터디도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하고서도 벌려둔 일들을 잘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워라벨이 좋다기보다는 벌려둔 일들 때문에 개바빠진 내 스케줄을 쳐내기 위해서 칼퇴를 하게 되고, 그만큼 야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니까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은 집중해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야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쁘다면 바쁠 수 있는 하루하루들을 보내면서도 앞으로 개발자로서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성장해야 하는지 약간은 또렷해 지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론이 난 것은 없고 계속 고민 중이다. 암튼 새로운 회사에서는 잘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기도하고..

개선

  • 건강 관리
    그동안 일에만 치여서 하지 못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백수라서 시간이 많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쉴 때는 매일매일 운동을 했다. 그리고 입사를 하고 나서는 주 3회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쉴 때 다져뒀던 기본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레벌레 지나고 나면 꼭 주 3회는 운동을 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운동에 대한 습관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주 3회만 하니까 운동 시간을 조금 늘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건강 문제 때문에 술자리도 많이 줄였고 새벽까지 코드를 치거나 공부하는 습관도 점점 개선해 나가고 있다. (코드 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늦게 잘 때가 있긴 하지만.. 그건 봐주도록 하자)
  • 열심히도 전략적으로
    첫 회사에서는 눈떠서 잠들 때까지 코드를 쳤다. 짬짬이 시간이 나면 그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공식 문서를 들여다 보며 정리를 하려고 애썼다. 내가 코드를 친 만큼 회사에서 퍼포먼스가 났고 이 방식이 나도 발전 할 수 있는 방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는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어도 쉬어도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퇴사할 때쯤에는 출근해서 코드 한 줄 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
    그래서 회사 일에만 너무 열심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삶을 열심히 살 생각이다.
  • 강점 찾기
    앞으로 개발하면서 나의 강점은 어떤 것으로 가져갈지 정해야 한다고 대대대선배님이 말씀해주셨다. 첫 1년 동안은 아-무 것도 몰라서 닥치는 대로 다 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잘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 어떤 것인지 하나쯤은 가지고 가야 하다는 것이다.
    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나쯤은 잘하고 깊이 아는 개발자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그렇다고 기본 스킬을 소홀히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유지


  • 쉬면서 시작한 취미와, 사이드 프로젝트, 독서 모임, 스터디, 운동 등등을 모두 챙기려면 적절히 유지될 수 있는 라이프 사이클이 필요했다. 지금은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코드를 치거나 책을 읽다가 자는 사이클을 주로 가져간다.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틈이 나면 영어 공부에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일주일만 해도 정말 너무 지치는 게 느껴졌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눕고 싶고, 자고 싶고, 유투브 보고 싶고.. 뭐 그렇다. 이런식으로 일주일마다 지침 현상을 느끼는 게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하기 싫다는 감정을 느낄 때마다 한심함이 몰려오고, 이럴 거면 평상시에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지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일주일 중에 주말만큼은 푹 쉬어주었다. 퍼포먼스를 위해서 코드를 쳐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한 페이지라도 더 공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초조함도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배워야 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1, 2년하고 이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보기로 했다.
    주말 동안 일주일의 피로를 풀고 뇌를 리프레시 시켜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고 나면 다음 일주일은 더 열심히 보내고 주말에 또 푹 쉬자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 같다. ‘주말에 쉬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 관심사 넓히기
    최근에 많은 분야에 발을 퐁당퐁당 담그기 시작했다. 그림도 그리고, 자기 계발 서적도 읽고, 인문학도 공부해 보고,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삶에 대한 고민도 나눈다.
    개발만 공부하고 매일 코드만 치는 삶을 살다 보니까 개발자들 외의 사람들과 공감대가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 요즘에 많이 떠도는 밈도 모르고, 영화가 어떻고, 연예인이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다. 개발만 알아야 하고, 개발에 푹 빠진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쉬면서 내가 생각했던 삶과 반대로 살아보니 시야가 훨씬 넓어진 것 같다. 분명 개발에 푹 빠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개발자가 보기에는 조금 느리고 답답해 보일수도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개발자로의 내 삶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에 대한 시각이 많이 넓어져서 뭔가 더 탄탄해진 느낌이 든다. 말랑했던 지방 속에 근육이 잡힌 느낌이랄까.